인터넷 검색 중 고려인들이 모여사는 '땟골 마을'이라는 곳이 안산에 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호기심이 생겨 방문해 보았다.
네이버 지도로 보니 내가 사는 고양시 행신동에서 땟골마을까지 45km 거리이고 자전거로 3시간 5분 걸린다고 나와있다.
내가 갖고 있는 배터리로 다녀올 수 있을지, 집으로 되돌아 오는 중간에 배터리가 모두 소모되어 자전거를 끌고 오는 참사가 벌어지는 건 아닐지 염려되어 자전거를 차에 싣고 '종로구 한강 다목적 운동장'까지 가서 거기서 출발하기로 했다. 종로구 한강 다목적 운동장에서 땟골마을까지는 38km 거리라고 나와있으므로 집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7km 짧다.
자전거 모터에 연결된 배터리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직구한 참라이더(Chamrider)사의 48v 14.5ah 배터리이고 가방 안에 있는 보조배터리는 역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직구한 리토칼라(Litokala)사의 48v 20ah 배터리이다.
계기판에 완충 상태가 54.6v로 표시되는데 대충 40v 정도로 떨어지면 전원이 차단되려나...?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날이어서 진짜 햇살이 너무 따갑고 더웠지만 맞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니 버틸만 했다. 이날은 구름이 참 멋있었다.
주행은 배터리 오링이 걱정되어 PAS2단 까지만 사용했으며 속도는 26~29km/h를 유지하면서 달렸다.
땟골마을 도착. 종로구 한강 다목적 운동장에서 12시 39분에 출발해서 14시 50분에 도착했다. 2시간 10분이 걸렸다. 풍경을 즐기면서 서두르지 않고 왔는데 2시간 10분이 걸렸으니까 속도를 내서 서둘러 왔으면 2시간 안에 도착 가능할 걸로 예상된다. 도착 당시 배터리 게이지는 46.4v
지곡로를 중앙에두고 양 옆으로 한글과 러시아어가 같이 쓰여 있는 상점들을 볼 수 있고, 안쪽에는 고려인 분들이 거주하는 원룸, 빌라가 있다.
우선 가볍게 먹을만한게 뭐가 있을까 둘러보다가 동그란 빵과 함께 '딴드르치크'라고 쓰인 간판의 상점으로 들어갔다.
상점 내부 인테리어가 투박하고 무뚝뚝하고 쏘심플한게..암튼 한국에 그것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고 마치 중앙아시아 현지에 온 느낌이 들었다.(가본 적은 없다.)
러시아? 중앙아시아? 암튼 어느나라에서 만든 건지는 모를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통조림, 조미료, 과자, 음료수, 고기, 유제품 등등등..
사장님이 가게안에 있는 화덕에서 직접 구우신 빵도 진열되어 있다. 이게 딴드르치크 인걸까? 2500 원주고 한 개 샀다.
가게 한켠에는 테이블도 몇 개 있어서 구입한 딴드르치크를 먹으면서 땀을 식힐 수 있었다. 사장님이 서비스로 따뜻한 쟈스민 차도 한잔 주셨다.
빵은 바게트 맛과 거의 똑같았으며 첨가물이 별로 들어가지 않은 순순한? 맛이 낫다. 반 정도 먹고 남은 거는 집에 가는 길에 허기지면 먹을 생각으로 가방에 챙겨 넣었다.
빵을 먹었으니 이제는 고기를 먹어야지~ 하고 들어갔던 러시아 식당 'Cafe Avenue'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어서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내가 들어갔을 때 고려인으로 보이는 한분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여자 점원분은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해서 주문할 때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주문을 했다.
나는 '바라니나 뻐 보스터츠너무'라는 이름의 양고기 구이와(12,000원) 러시아 주스(7,000원)를 주문했다.
메뉴 중에 '개회'라는 것이 있어서 유심히 보았는데, 개고기가 맞았다. 요리 설명에 '고려인의 개고기 회'라고 적혀있다.
주문한 양고기 구이와 러시아 주스 가 나왔다.
양고기는 굵은소금으로 구워서 짭조름했고 감자튀김과 궁합이 좋았다. 함께 구운 양파도 달달한 게 맛있었다. 에너지 소모 후 기력 보충용으로 딱인 음식이었다.
러시아 주스는 산딸기? 블루베리? 등의 과실을 이용해서 만든 탄산이 없는 달달한 맛이었다. 음료수 양이 많아서 반 정도 남겼는데 남은 음료수는 페트병에 포장도 해 주신다.
식사를 마치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땟골마을 안내판. 적혀 있는 내용은..
[땟골 유래]
띠[벼과의 다년초로 우장 만드는 데 많이 쓰인다]가 많이 자생하여 따골 이라 하였다가 후대로 내려오면서 변음이 되어 땟골이 되었다. 마을 동북쪽 털밑봉 밑에 엎드려 있으면 화를 면한다는 속설이 있어 6.25 전쟁 때 서울, 인천 등지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피난 와 화를 당하지 않았다 한다. 주민들 또한 사망, 부상, 화재 따위의 재난을 겪지 않았다고 한다.
[고려인 정착 배경]
고려인이란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크라이나 등)에 살고 있는 한국인 동포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조선 말기 기근과 일제의 수탈을 피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해 많은 한인들이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했으며 이들의 후손을 고려인이라 부른다. 러시아 연해주에는 독립운동을 위해 애국지사들의 망명이 이어졌으며 홍범도, 이상설,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항일의병운동 기지가 되었다. 러시아에 정착한 많은 한인들은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하였고, 소련 해체 이후 독립국가에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되었다. 이들 중 일부는 조국을 찾아 한국으로 이주해 왔으며, 전국에 약 8~9만여 명의 고려인들이 거주 중이며 안산에는 선부동 땟골을 중심으로 고려인 마을이 형성되어 약 1만 6천여 명의 고려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고려인들은 고국의 음식인 짐치(김치), 당근채, 데친 부추 나물을 맵게 무친 염지채, 국시(국수 요리)등의 전통음식을 즐겨 먹고, 조상 숭배와 추수 감사 성격을 지닌 우리 민족의 전통 명절 중 한식을 가장 큰 명절로 지낸다. 땟골에는 고려인 문화센터가 설치되어 고려인 동포의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참고하세요.
이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카페 미스터 신'. 가성비 피자 맛집이라고 한다.
카페 미스터 신 바로 옆에 있는 또 다른 피자집 'Pizza Taki'.
카페 미스터 신 맡은 편에 있는 마리나 케이크. 이곳도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땟골마을에서 유명한 곳 같았다.
조금 더 골목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이제는 집으로..
집으로 가는 도중에 계기판을 확인해보니 배터리 용량이 41.3v로 이제 거의 바닥이다. 조금 더 탈 수 있기는 하지만 완전방전되면 배터리 수명에 좋지 않기에 이쯤에서 리토칼라 48v 20ah 배터리로 교체해 주었다.
집에 가는 중간 쉬면서 먹다 남은 딴드르치크와 포장해온 러시아 주스로 에너지 보충.
많이 더웠지만 즐거운 자전거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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